Service
        |
   운길산 수종사 |
||
 관리자 |
ㆍ작성일: 2009-09-28 (월) 17:08 | ㆍ조회: 1478 |
| ㆍ분류: | ㆍ추천: 0 | |
세조가 만년에 병을 치료하고자 강원도 오대산에 갔다가 돌아올 때였다. 뱃길로 한강을 따라 돌아오는 길에 밤이 되어 이곳 양수리에서 물 위의 야경을 즐기고 있었는데 운길산에서 때아닌 종소리가 들렸다. 세조는 신하를 보내어 숲속을 조사해보니 천년 고찰의 폐허가 있었고 바위 벽에는 18나한상이 줄지어 앉아 있는데 그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들은 세조는 매우 감동했고 마침내는 발심하게 되어 지금의 자리에 절을 복원하게 하였다. 수종사(水鍾寺)는 이렇게 하여 이 곳에 자리 잡았다. 인연의 끈 그로부터 500여 년 뒤, 보잘 것 없는 한 중생에게도 인연이 닿아 오늘은 이 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우리 인생이 무량수(無量數)의 겁(劫)에 미루어 볼 때 얼마나 미천한 삶이며 또 오늘 하루는 그 속에서도 더욱 하찮은 시간이 아니던가. 그래도 인연의 끈은 나의 발을 이 도량(道場)으로 이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1060번지. 운길산의 정상 부근에 자리한 수종사를 가기에는 중고 엑셀로는 조금은 무리인가. 허덕허덕 올라가던 차가 급기야는 시동이 꺼져 버린다.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은 듯하다. 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닦은 길은 손자국이 나있다. 그리고 가끔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위에서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서로 웃으며 양보한다. 절에 다녀 오는 사람과 절에 다니러 가는 사람들의 만남이라서 그런가 보다. 세상이 다 이러면 좋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어둠이 내리는 산길을 걸어 약 10여 분쯤 오르니 가파른 산정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돌계단이 나온다. 이런 곳에 돌계단을 놓은 것도 다 법력(法力)이려니. 더구나 군데군데 시멘트를 손으로 이겨 발라 놓아 손자국이 선명하다. 그 정성 모두어 소원성취하소서.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오른 절 마당은 조금은 좁아 보였다. 일주문이 없어 그냥 돌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절마당이다. 비탈진 산을 깎아 절을 세운 곳이라서 그런지 두 발 쟁여 서기가 위태롭다. 절의 창건연대는 확실하지 않은데, 1439년(세종21년)에 세워진 정의옹주의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그 이전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직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폐사되었던 것을 세조에 의해 중창되어 법등을 이은 듯하다. 그러나 근래까지 자세한 연혁은 여전히 전하지 않는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1890년(고종 27년)에 풍계혜일(楓溪慧一)이 당시 폐허가 된 절을 중건한 이래, 1936년과 1939년에 각각 태욱에 의해 중수되었다. 그러나 6.25로 인해 다시 당우가 전부 소실되었다. 그 뒤 1974년 혜광스님이 대웅보전을 복원하였고 1981년에는 대웅스님에 의해 범종각. 종각. 산신각이 중건되었다. 사찰을 몇 군데 다녀본 것으로 신라의 절은 조금은 화려하고 크다는 느낌이 들고, 백제의 절은 단아하면서도 친근감이 있고, 조선시대의 절은 서민적인 냄새가 풍긴다. 아마도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관련있는 것 같다. 글쎄, 앞으로 더 다녀 보면 어떻게 수정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은 대체로 이렇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느 절이나 그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런 매력이 사찰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차맛을 전하기 위해 찻집을 짓는 겁니다. 현재 수종사는 대웅보전 앞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속으로 투덜거리자니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신 것일까. 주지이신 동산스님이 말씀하신다. “지금 이 건물은 이 곳의 빼어난 차 맛을 전하기 위해 찻집을 짓는 겁니다.” 하긴 차맛을 전하는 것도 또하나의 보시(布施)이려니. 부처님의 공덕이 이제는 다향(茶香)으로 전해지겠구나. 수종사는 초의선사와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 마셨던 곳으로 ‘수종사 물과 먹는 차의 맛은 천하 일품이다.’라는 말이 전해진다. 그래서인가 대웅보전의 기둥에 걸린 주련이 초의선사의 글씨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정다산의 무덤에 들러야 겠구나. 갑자기 경내가 포근해 진다. 숨이 잔잔해진다. 그 분들의 향내 높은 고담(古談)이 곁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 옷깃을 여몄다. 나의 정신적인 스승을 이 자리에서 그것도 세 분을 한번에 뵙게 되다니 나의 몸가짐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마음이 가라앉으니 정신이 맑아 온다. 절 아래를 내려다 보는 양수리의 전망은 빼어나다. 녹음이 우거진 산과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데 합쳐지는 정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명문장가 서거정(徐居正)이 ‘동방사찰 가운데 제일의 전망’이라고 격찬한 곳이 아니던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저 아래로 스님이 한 분 오신다. 주지 스님의 오랜 친구이신듯 거리낌이 없다. 스님 방에서 흘러 나오는 말씀이 순진무구 하시다. 고요히 미소를 지으며 경내를 돌다 보니 세조대왕이 수종사를 창건하고 심었다는 수령 530여 년의 은행나무가 늙은 몸을 지탱하기 힘겨운 듯 영양제를 여기 저기 꽂은 채 말년을 보내고 있다. 한 때를 호령하던 사람이 먼저 가고 이제는 그 흔적마저도 저리 힘겨운데 우리 인생은 무얼 바라 아웅다웅할까. 스님방에서 환담을 즐기던 스님이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을 친다. 개심사에서 들었던 종소리처럼 신비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물머리에서 만나는 강물결처럼 종소리는 흐느적 흐느적 산을 타고 넘는다. 범종각을 살펴 보니 종 아래로 소리를 품었다가 고요히 내뱉을 홈이 없다. 아하. 저래서 소리가 모이지 못하고 흩어지는 구나. 구불구불 넘어가는 종소리를 들으며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산에서는 어둠이 한지에 스며드는 먹물처럼 물든다. 짙은 어둠 속에서 산새들이 정담을 나누고 수종사의 불빛이 멀리서 아슴아슴하다. 바싹마른 나무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운다. 어둠 속에서 시간이 거꾸로 흘러 세 분의 정담(情談)이 흐른다. 이럴 때는 음악도 깊고 마시는 차 맛도 깊다. 하늘의 별이 내 눈으로 쏟아진다. 더 이상의 행복이 없다. 이 곳이 바로 해탈의 세계이로다. 화답하는 소리로 밝아오는 새벽 새벽 세 시인데도 주위가 부산하다. 바지런한 놈들이 벌써 새벽 장을 보기 위해 부스럭 거린다. 눈을 떠보니 아직도 스님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니 다시 켜진 것일 지도 모른다. 밤새 친구분과 우정을 나누신것일까. 마침내 아침 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가 들린다. 하나, 둘… 문득 이런 걱정이 든다. 저 종을 치다가 몇 번을 쳤는지 깜빡하면 어떻게 하실까? 속세인의 아둔한 머리로 이런 기우가 지나 가는데 종소리가 흥겹다. 운판, 목어, 그리고 법고를 치는 소리가 어우러져 경쾌하다. 더구나 오늘 새벽에는 마음 맞는 도반이 와 계시지 않는가. 북채를 잡은 손이 가뿐하다. 두 분의 화답하는 소리로 산사의 새벽이 밝다. 고요히 마음을 모아 다시 절에 올랐다. 새벽 산책길이 마음에는 보약이다. 모든 것이 씻겨 내린다. 세속의 일은 이미 내 마음에 없다. 청정하다. 새벽의 절은 이슬 받아 곱게 단장한 채 나를 맞아 준다. 조용히 걸음을 옮겨 대웅보전에 들어가니 다른 절과는 달리 아담한 크기의 부처님이 반기신다. 석가, 아미타, 비로자나불의 삼세불상이 거의 등신불에 가깝게 조성되어 있다. 순박한 웃음이 부처님의 입가에 돌고 내 입가에도 옮겨진다. 정의옹주의 부도와 수종사다보탑이라고 하는 팔각오층석탑은 시골 아낙네 같은 인상을 지녔다. 부도는 본래 경내에서 왼쪽으로 벗어나 있는 산비탈에 있었다 한다. 조선시대의 부도이지만 신라말 고려초 부도의 일반적인 형태인 팔각원당형을 기본적 구조로 하고 있다. 지대석 옆면에는 연꽃무늬가 장식되었고, 하층 기단 옆면에도 각각 연꽃무늬가 조각되어 있으며 상층기단 팔각 모서리에는 개구리처럼 생긴 동물이 배치되어 있다. 석탑은 조금은 균형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이 탑 역시 경내에서 동쪽으로 조금 벗어나 있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응진전, 약사전, 산신각을 따라 걷다가 다시 양수리를 보았다. 해가 돋을 무렵의 산과 강이 한데 몸부림치는 것 같다.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을 서둘러 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절 아래에 옛 절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흔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리로 가려던 발길을 돌렸다. 옛모습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기에도 벅찬 인생이 어찌 옛 모습에 느꺼워 하고 앞으로의 모습을 걱정하리오. 길을 가다보면 길을 따라 가다보면 길은 부끄럼타는 색시같이 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보인다. 길섶에 수더분히 놓인 생명 하나와도 인연을 맺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것을 보여 준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길은 그냥 길일 뿐이다. 순한 마음으로 길을 따라 가자. 터벅터벅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그러다 주저 앉기도 하면서 나의 모든 것을 길에 맡기면 마침내 길은 제 마음을 열어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다. 애써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렇다고 모른체 하지도 말자. 그냥 느끼는 대로, 보여지는 대로 가다보면 길은 큰 팔 벌려 나를 감싼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나그네가 아니던가. 맺어지는 인연, 스쳐가는 인연 모두 소중한 것을. - 옮겨온 글 - |
| 
|
 [정읍] 원촌마을의 상춘곡 |
 전 철 등 산(전 코스) |
